“스승의 그늘 밑에 머물지 말고, (스승의) 어깨 위에서 멀리 봐야 한다.” 대전에서 열린 세계컴퓨터총회(WCC)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한 영국 캠브리지대학 출신의 아잔브람이 고정관념이나 틀에 머물지 말고 끊임 없이 수행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6일 서울에서 만난 아잔브람은 최근 세계 최고의 검색사이트를 갖고 있는 인터넷 대표기업 구글과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 잇따라 강연을 했다고 밝혔다. “서구사회에서 불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힌 아잔브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에도 불자들이 굉장히 많고, 페이스북 회사에도 불교모임이 있을 정도”라면서 “페이스북의 설립자이며 CEO인 마크 주커버그도 본인이 불교도라고 공공연히 말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과 친절하게 대화를 나누는 아잔브람(오른쪽).
서양인, 특히 서구 사회의 지성인들이 불교에 호감을 갖는 까닭에 대해 아잔브람은 “불교의 가르침은 과학적이”이라면서 “비이성적이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기존 종교와는 다른 가르침을 선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잔브람은 “불과 몇백년전만 해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둥글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지구는 시작도 끝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과 공간은 둥글다”면서 “불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진리를 이야기 해왔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하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잔브람은 “그렇다고 불교가 ‘과학’이라는 틀에만 묶여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철학, 종교, 과학, 정치적인 내용도 불교의 가르침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내를 걸으며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아잔브람. 왼쪽은 지철스님, 오른쪽은 각산스님.
세계가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불교의 가르침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잔브람은 “불교적인 사고방식과 ‘비폭력’을 통해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특히 참선과 명상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지금 서구사회에서는 명상(참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국 하원은 회의에 앞서 5분간 명상을 하고 있으며, 미국 상원의 한 의원도 명상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24시간 뉴스를 보도하는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스 쿠퍼는 명상(마인트컨트롤)을 통해 내면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도 회사 차원에서 명상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잔브람은 “서구인들이 비록 불교를 (종교에 앞서) 수행의 방식으로 받아들이지만, 교리를 알아가며 이제는 종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호주에서 불교는 제2의 종교로 자리 잡았고, 독일어로 발간한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가 100만부 넘게 판매될 정도로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는 아잔브람이 저술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참불선원장 각산스님이 우리말로 옮겨 선보였다.
아잔브람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 ‘삼포세대’로 불리며 극심한 취업난에 고통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한국은 전쟁을 겪었지만, 선대(先代)의 많은 고생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일은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자들과의 차담에서 아잔브람은 ‘당신은 깨달았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깨달았다고 하면 안된다. 그 순간 이기심이 일어나고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어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처님께서도 스스로 깨달았다고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면서 “깨달음은 다른 사람이 보고 느낄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방문을 마치고 지난 7일 출국해 ‘구글 싱가폴’에서 특강을 하고 호주로 돌아간 아잔브람은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태로 연기되어 2016년 2월25일부터 28일 열리는 세계명상대전(조직위원장 각산스님)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방한할 예정이다.
이날 아잔브람과의 인터뷰는 각산스님의 협조와 낙산사 지철스님의 통역으로 1시간30분 가량 진행됐다.